저는 해마다 어버이날이 되면 생각나는 시조가 있습니다. 학창 시절 국어 교과서에 나왔던 박인로의 조홍시가(早紅柹歌)입니다. “반중(盤中) 조홍(早紅)감이 고와도 보이나다. 유자(柚子) 아니라도 품엄즉도 하다마는 품어가 반길 이 없을새 글로 설워 하나이다.” 박인로가 이덕형의 집에 갔을 때, 접대로 나온 홍시를 보면서 홍시를 좋아하셨던 자기 부모를 생각하며 읊조린 시입니다. 부모는 우리를 기다려 주시지 않습니다. 효도하고 싶어도 받으실 부모가 계시지 않는데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찾아뵙고, 살아계실 때, 한 번 더 사랑한다고 고백해야 함을 시를 통해 깨달을 수 있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 난 후 본가에 갈 때마다 아버지께서 변함없이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요즘 뭐 먹고 사노?” 신혼 초, 10년 후, 20년 후, 최근까지 한결같이 하시는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이 그렇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아들을 장가보내고 아버지로서 뭐 하나 제대로 해 준 게 없다는 생각에 ‘미안하다’라고 하는 표현이 그렇게 나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아버지의 모든 것을 이해하며 받아들였습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6남매를 건사하시기 위해 감당해야 했을 그 수많은 인생의 무거운 짐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말을 해 줄 아버지가 계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머니께서 저에게 “재환아, 요즘 뭐 먹고 사노?”위로의 말씀을 주십니다. 아버지에게 못다 한 효를 어머니께 더 잘 해야 함을 절감합니다. 이제 비록 육신의 아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하나님 아버지께서 저의 영원한 아버지가 되셔서 늘 든든한 위로자가 되어 주십니다. 어찌 보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주시는 위로는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위로가 됩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지금도 저에게 말씀하십니다.
“내 사랑하는 아들 재환아, 요즘 뭐 먹고 사노?”
“Soli Deo Gloria”
동사목사 김재환 드림